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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인텔 오퍼레이터스

대한민국 대북 도발 시나리오 (라운드 0-1)




국정원 최고위급 정책 결정자들은 대북 공작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평가분석단에서 제출한 [북한 전연군단 지도부 동향 확인] 안을 선정하였습니다.

북한의 UAV 도발에 대한 국군의 대응책 중 하나였던 맞UAV 작전의 성과에


국정원의 힘을 싣는 것이 부글부글 들끓는 여론에 대한 국정원의 응답이라 판단합니다.







국정원 최고위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떤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제1차관은 평가분석단장에게 국정원의 고급 HUMINT 자산에 대한 운용 권한을 이전합니다.

전연군단 지도부에 대한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현지 HUMINT 자산은 물론,

이들을 관리 및 운용하는 국정원의 최고 엘리트 공작관들이 평가분석단에 편입됩니다.





동시에 평가분석단에 소속된 여러 국내외 파트에 새로운 정보 생산 목표가 전문을 통해 할당됩니다.

“은하수 |디자인으로 출력된| 스티커 하나|와| 스티커 둘|에 대한| 최신 품질 관리”,

“조선인민공화국 육군 제1전연군단과 재2전연군단의 군단 지휘부 동향 수집” 이 바로 그것입니다.

국정원 해외정보실, 과학조사실, 정보교류단 등의 대북 첩보 수집 기능이 100% 동원되는 동시에,

중국 랴오닝성 둥강시에 위치한 수산물 가공 업체 ‘가웨이식품유한공사’ 또한 부산스러워집니다.







막 개발이 진행되던 다롄시에서 꿈과 돈을 쫓아 온 한국인들이 2000년에 모여


서해 바다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로부터 멸치, 오징어, 게, 박대, 깡치 등을 수매해


나날이 늘어가는 대한한국의 수산물 수요를 작게나마 충당하던 몸집을 불리던 이 작은 한국계 기업은

어느덧 몇 척의 어선까지 직접 굴리며 황해 일대에서 왕성한 사업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20XX년 오늘, 모처럼 대한민국 서초동에 위치한 일식집 이카사카의 구매 담당자가 방문합니다.






사업차 방문한 이카사카 식자재 담당자가 “사업 활동은 좀 어떠시냐” 묻자


“기존 바이어들의 요구 사항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져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답하며

주머니 속에서 자연스럽게 개인 전탐장비를 꺼내 몸과 짐을 빠르게 훑습니다.


그리곤 보통의 수산물 취급 업체와는 아주 어색한 전파 차단 및 지향성 반청음 재료로 가득 찬


허름한 사무실에 들어선 그들은 그제서야 “이 엿같은 비린내는 20년이 넘어도 익숙해지질 않는다” 며


이카사카 구매 담당자가 건넨 국정원의 인민군 내 최고급 자산 프로필을 훑기 시작합니다.





밤은 곧 깊어지고 십수개의 파일이 사무실 가운데에 위치한 테이블 한 켠에 쌓여갑니다.


대부분의 갈색 종이 파일들 겉면에는 붙은 동그란 하얀색 스티커 붙어 있지만

3개의 파일에는 검은색 스티커와 함께 큼지막한 ‘파기’ 도장이 찍힙니다.





사무실을 나선 이카사카 구매 담당자가 악수를 건네며 “마지막으로 신선도를 최종 확인하고 싶다” 말하자


가웨이식품유한공사의 천 사장이 “저희 회사의 청평3호가 곧 새벽 조업에 나갈 것” 이라며

구매 담당자를 수산물 창고 옆에 세워진 냉동 탑차 하나에 태워 둥강 항구를 향합니다.


그 짧은 이동 과정에도 무려 27개의 CCTV를 세어본 이카사카 구매 담당자가


둥강항 끝자락에 정박된 청평3호에 올라 선장과 선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곧 수평선 너머로 사라집니다.






미친듯이 출렁이는 청평3호의 선실에서 수 차례 속을 게워내던 구매 담당자는


벌컥 문을 열며 “붙었다” 말하는 선장에 말에 비틀거리며 갑판에 올라서며

청평3호에 바짝 붙은 북한 어선 철곡산11호에 매달린 차량 타이어가 눌리며 삐적 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청평3호 선장 조금 뒤에 붙은 구매 담당자가 쏟아지는 비 사이로 철곡산11호 선장을 찾습니다.


왼손으로는 흠뻑 젖은 방풍 자켓 주머니 속 TT-33 불법 복제 권총을 만지작거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큼지막한 슈어파이어 듀얼 아웃풋 핸드 헬드 라이트를 비추며 “선장님 계십니까” 라 소리칩니다.

그러자 칠곡산11호 선원들 사이로 방수 후드를 뒤집어 쓴 선장이 조심스레 얼굴을 드러냅니다.







칠곡산11호 선장은 “당신이 윤 과장이 보낸 사람이냐” 더니 “출항 금지 명령을 어기고 나왔다” 더니

“입항하며 어촌계도원들과 계도부장을 구워 삶아야 한다” 며 난감한 표정이 얼핏 보입니다.

구매 담당자는 “급한 일이라 미안하다” 며 지령이 작성된 작은 수첩을 건네며


“내일 아침 6시 55분까지 륭강군 륭강역 여자 화장실 세면대 아래 하수구에 이 수첩을 둬라” 지시합니다.


그 사이 두 어선의 선원들이 만약에 사태에 대비한 환적 밀수, 속칭 빠다치기용 밀수품을 분주히 싣습니다.





칠곡산11호 선장은 재차 “정말 윤 과장이 시킨 일이냐” 며 “남포항에 군함들 사진 찍는건 어쩌냐” 묻습니다.


구매 담당자는 “이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 이라며 “기존 보수보다 좀 더 넣었다” 는 말과 함께 달러 뭉치를 건넵니다.


“내래 륭강군에 아는이 하나 없고, 또 통행증도 없는데 어찌 한번 해 보겠소” 라는 선장에게


구매 담당자는 “륭강군 륭강역 여자 화장실 세면대 아래 하수구. 아침 6시 55분” 을 다시 강조하고

고개를 끄덕인 선장이 빠다치기용 밀수품 환적이 끝났다는 신호를 받자 뱃머리를 돌립니다.





검은색 비닐 봉지에 쌓인 수첩을 만지작거리며 선장실로 돌아간 칠곡산11호 선장은

풍랑 경보가 내린 바다를 뚫고 몇 시간을 항해해 가까스로 남포항에 입항합니다.


남포항에 정박된 모든 배가 서로 묶여 파도 위에서 미친듯이 흔들리는 가운데


칠곡산11호에는 어촌계도원들이 몰려 들어와 “공화국 지시 사항 위반” 을 보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자.


그들에게 “중국 빠다치기 상품꾼들이 오늘 받지 않으면 거래를 끊는다데 어떡하냐” 며


“남조선제 전기 밥가마와 최신 유행 연속영화 ‘더 글로리’ 전편이 든 USB를 아주 헐값에 주겠다며 그들을 살살 구슬립니다.





까마귀떼처럼 모여 들었다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고 사라지는 어촌계도원들을 바라보는 칠곡산 11호 선장이

동원 고추참치 한 박스와 IWC 포르투기저 시계를 들고 계도 부장을 찾아갑니다.


늘 그렇듯 빠다치기를 눈 감아주는 대가로 간간히 양주나 미제 식자재 따위를 챙기던 계도 부장은

고가의 명품 시계를 받아 들곤 펄쩍 뛰며 “이런걸 차고 다니면 당 검열에 걸릴 수 밖에 없다” 면서도


자신의 얄쌍한 왼쪽 손목에서 번쩍이는 메탈 시계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칠곡산11호 선장은 “아주 잘 어울리십네다” 며 입에 발린 칭찬을 건네더니


“혹시 륭강군 가는 통행증 하나 써 줄 수 있냐” 묻자, 퀭하게 시계를 쳐다보던 계도 부장이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보며 “륭강군엔 무슨 일로 가야하냐” 묻습니다.

당황한 선장이 “그냥 고조 뭐 사업적으로… 한번 가보고 싶습네다” 얼버무립니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계도 부장이 “이번 한번만이야” 라더니

오늘 2000시까지 유효한 임시 통행증 하나를 뜯어 ‘친지 방문’ 이라는 사유를 적습니다.






선장이 “혹시 내일 오전중에 돌아오면 안되겠습네까?” 라 묻자


“야 임마, 야간 통행증은 내 직권으론 어림도 없어! 목 내놓는기야!” 라며 윽박지르더니


통행증을 선장의 주머니에 꽂아 넣으며 “사고 치지 말라” 며 목소리 톤을 낮춰 말합니다.


계도 부장 사무실을 나선 선장이 재빨리 걸음을 옮겨 어촌계 공동 목탄차에 올라 탑니다.


그는 목탄차를 고장내 통행증에 명시된 시간에 돌아올 수 없었다고 둘러대야겠다 마음을 먹은 후


륭강역을 향한 짧지만 매우 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고장이 잦은 목탄차를 끌고 몇 시간에 걸쳐 겨우 륭강군 차단소에 통행증을 보여준 그가


륭강역 앞에 목탄차를 세워 놓고 아침 6시 55분이 되기를 기다리며 꾸벅댑니다.


곧 짙은 검푸른색 하늘이 밝아오자 본능적으로 트럭 운전석에서 몸을 세운 선장이 시간을 확인합니다.


오전 7시 정각입니다! 늦었습니다!


황급히 목탄차에서 내려 허둥지둥 륭강역 여자 화장실 문을 열어 젖히자


볼 일을 보고 나오던 여성 봉사원이 “남성 화장실은 뒷편이다” 말하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되고 맙니다.





1년 같은 1분이 겨우 지나가고 여성 봉사원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다시 여자 화장실에 들이 닥친 선장이 물때가 잔뜩 낀 세면대 아래 배수구 덮개를 들어내고


점퍼 속에 숨긴 수첩을 밀어 넣는 그 순간, 화장실 문이 열리는 끼익 소리가 납니다.


온 몸이 얼어 붙은 선장이 바들바들 떨며 고개를 천천히 돌립니다.






열린 문을 잡고 있는 조선인민군 륙군 정복 차림의 여성 군관이 서 있습니다.


선장이 겨우 떨리는 목소리로 “물구멍이 막혔다길래…” 라고 주절대며 슬그머니 수첩을 주머니 속에 숨기자


여성 군관은 뜻밖에도 “그쪽을 드디어 만나봅네다” 라더니 “당신이 그 전달꾼이었냐” 는 질문을 건넵니다.


쪼그려 앉아 있던 선장의 다리에 힘이 탁 풀리며 화장실 바닥에 풀썩 주저 앉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군관 동지도 윤 과장과 일하냐” 묻자, 고개를 갸웃 거리던 군관은


“전연 2군단 참모부 보안 과장 ‘류’ 상좌 말하는거라면, 맞다” 며 웃어 보이더니


로케트포 사진과 작게 접힌 서류가 든 지퍼백을 건넨 후, 선장이 내민 수첩을 받아 들곤 떠납니다.








륭강역에 임시 정차한 황해청년선 110호 열차 군관 객차에 다시 올라선 여성 군관은


자신의 상관인 류 상좌에게 “오늘은 참 이상한 날입네다” 라며 수첩을 건네더니


“만날 가져가기만 하더니 오늘은 뭔 수첩도 있고… 또 그 보위성 요원이 남성 동무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네다” 며 깔깔 웃습니다.


부관의 이야기를 들은 류 상좌가 깜짝 놀라며 “자네는 그 자를 봐서도, 만나서도 안됐다” 며 기겁하더니


수첩을 만지작거리며 “뭔가 잘못되고 있다” 중얼대기 시작합니다.








수년 전, 류 상좌가 군단 보안 과장으로 내정된 직후 실시된 인민군 중국 견학 당시


자신을 국가보위성 김 대좌라 밝힌 한 군관이 비밀리에 접근해 “전연 2군단 참모부 내 황색 자본주의 반동 분자들이


군단 자행포, 방사포 훈련을 자의적으로 취소해 연료와 운용비를 빼돌리고 있다” 며


“보위성이 내사 중이니 군단 포 사격 훈련의 진행 여부를 지령에 따라 비밀리에 확인, 보고하라” 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렇게 그는 지난 2년간 매 주 아침 7시 륭강역 여자 화장실 하수구에


제2전연군단 휘하 포병 부대의 훈련 사진과 내부 포 사격 지시 문건 사본을 넣어 왔습니다.






집무실에 들어온 류 상좌가 비닐 봉지를 조심스럽게 뜯고 작은 수첩을 열어보자


보통 사람이라면 도통 의미를 알 수 없는 무작위적인 숫자가 수 페이지에 걸쳐 길게 적혀 있습니다.


수년 전 자신의 비밀 상관인 국가보위성 김 대좌와 사전 약속한 난수표 사용법을 떠올린 그는


집무실 한 켠에 처박혀진 불멸의 역사 총서 장편 소설 <한식솔> 이라는 책을 펼쳐봅니다.


곧 류 상좌는 “군단 지휘부 비정기 / 특별 인사 명령서 확보” 와 “1월 XX일 13시 전 조기 퇴근” 이라는,


국가보위성이라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사실을 재차 파악해 전달 하라는 지령을 수령합니다.





2년만에 새 지령을 수령한 류 상좌는 평소 루틴인 군단 휘하 포병 부대 훈련 보안 시찰을 취소합니다.


대신 그는 보안 사고 예방 계획을 보고 및 제출하러 왔다며 전연 2군단 지휘부의


최종 결재 혹은 확인이 필요한 서류가 모두 모이는 려철웅 중장 비서실을 방문합니다.


사전 약속이 없었기에 “죄송하지만 잠시 대기해 달라” 는 비서의 말에


류 상좌는 “좋디. 대신 차 한잔 내오라” 시키곤 머리 속으론 보안 사고 예방 계획을 급조하며


비서실 한 켠에 가지런히 정돈 되어 있는 결재 및 확인 대기 서류들을 빠르게 뒤적거립니다.





‘일일 작전 지도’, ‘남조선 감시 전초 동향 보고’, ‘전연 2군단 총력전 계획 변경 고지’ 등등


온갖 서류를 넘기던 류 상좌의 눈에 ‘군단장 권한 정지 명령’ 이라는 서류철을 발견합니다.


류 상좌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합니다.

이 건으로 권력의 중심에 가까운 국가보위성에 눈 도장을 확실히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의 류 상좌가

어디에나 가지런히 놓여있는 오늘자 로동 신문 사이에 서류철을 슬쩍 끼우고 응접실을 나갑니다.





응접실 입구와 연결된 하급 비서실에 놓인 복사기에 접근한 류 상사가 주변을 둘러 봅니다.


대여섯명의 비서들은 눈을 모니터에 고정한 채 정신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뿐입니다.


로동 신문을 복사하는 척 하며 슬쩍 서류철을 열어 군단장 권한 정지 명령서를 복합기에 끼워 넣은 그가


떨리는 손을 겨우 진정시키며 복사 버튼을 누르자 철커덕 소리와 함께 복합기가 움직입니다.






복사된 로동 신문과 서류를 잘 정리해 손에 쥔 류 상좌는 녹차를 타온 비서에게 조용히 다가가


“이런 실수를 하면 군단장 동지가 질책하지 않겠니?” 라며


자신이 훔쳤던 군단장 권한 정지 명령서 서류철을 슬쩍 건넵니다.


당혹스러운 표정의 비서가 “죄송합니다!” 라더니 “이걸 어디서 주우셨습니까?” 묻자

“저쪽 복도 바닥에 떨어져 있더라” 답한 그가 “이번엔 그냥 넘어가 주갔지만 님자는 조심 좀 하라” 타이르자


비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다 감사함을 표합니다.







목적을 달성한 류 상좌가 “생각보다 오래 걸리시니 다음에 오겠다” 며 돌아 나서는 순간,


전연 군단장마저 얼어 붙게 만드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 항공대장


오금철 대장이 “간나새끼들!” 이라 소리치며 군단장실의 문이 박차고 나옵니다.


빠르게 경례를 올린 류 상좌가 곁눈질로 군단장실을 흘겨보자


나이 지긋한 려철웅 중장이 휘하 부대 지휘관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향해 “저 려철웅 중장은 공화국 반항공군 대비 태세 유지에 소홀하여


남조선 무인기를 쏴떨구지 못하였으며 신성한 공화국 하늘에…” 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직무 정지가 100% 문책성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자아 비판이 실시 되고 있는 것입니다!






며칠 뒤, 국가보위성으로부터 조기 퇴근을 명령 받은 날이 되었습니다.


려철웅 중장의 직무가 정지 되며 군단 참모부로 돌아올 질책마저 멈춰버린 덕에


류 상좌는 며칠간 집무실에 틀어박혀 국가보위성에 이 사실을 보고할 날을 손 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는 “며칠 연속 야근을 했더니 오늘은 조금 일찍 쉬어야겠다” 며 집무실을 나섭니다.


곧 그의 운전병이 관사 앞에 차를 대고 “다 왔습네다 상좌 동지” 라 말하자 어쩐지 긴장했던 류 상좌가


“수고했다” 며 차에서 내려 웃음 소리가 새어 나오는 대문을 엽니다.





자신의 아내가 호호 웃으며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모처럼 일찍 퇴근한 그를 본 아내가 “아, 저기 마침 우리 세대주가 온다” 며 이방인에게 말하자


여기저기 얼굴에 흉터가 남은 중년 남성이 휙 돌아보며 “류 상좌님, 김 대좌님 심부름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류 상좌는 뛸 듯이 기쁜 마음을 겨우 억누르며 서류 가방을 열어 검은 서류철을 꺼내 건네자


중년 남성은 곧장 자신의 낡은 천 가방에 서류철을 쑤셔 넣은 후 살짝 목례를 하곤 대문 밖을 떠납니다.


쾅 하고 대문이 닫히자 부인은 “혜산부터 평산군을 오가는 달리기 장사꾼이었다” 더니


작은 목소리로 “이제 정말 당신이 말한대로 국가보위성으로 소속이 변경 되거냐” 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덕중자동차합작회사에서 제작한 조악한 3톤 트럭, ‘승리’ 에 올라탄 흉터 많은 중년 남성이


얇디 얇은 타이어와 조악함의 끝을 달리는 서스펜션을 타고 올라오는 진동을 온 몸으로 버티며


전연2군단 참모부 관사촌이 위치한 평산군의 도로를 내달립니다.


화물칸에 실은 바가지, 싸리비, 반짓고리, 양동이, 내복, 랭동기 부품이 쩔그럭대며 소리를 내지만


짐 칸에 실린 저 상품들이 진짜 고객들에게 팔린 지는 몇 년이 지났습니다.





중국 지린성 바이산시 창바이 리장 마을과 북한 양강도 혜산시를 오가며


중국제 공산품을 떼다 팔던 달리기 장사꾼이었던 자신을 중국에서 체포한 후


“몇 가지 심부름만 하면 처벌이 아니라 보상을 주겠다” 며 회유한 국가보위성 김 대좌의


심부름을 수행하며 살림살이가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2년 간 “절대 열어보지 말라” 고 신신 당부했던 알 수 없는 전자 장비를,


이름도 얼굴도 국적도 모르는 중무장한 군인 5명을,


달러, 유로, 파운드, 엔으로 가득 찬 커다란 종이 박스 수십개를,


머리털나고 처음 보는 미 제국주의 자동차에 들어가는 여러 부품을 실어 날랐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의 목숨은 여러번 위태로웠지만, 수백 달러의 달콤함도 챙겨온 그에게

서류 뭉치 하나에 1,000달러를 주겠다는 김 대좌의 심부름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흉터 있는 중년 남성은 휴식 시간 포함, 14시간 42분에 걸친 운행 끝에


조선족 농부들과 북한 무역상들이 한 숨 쉬어가는 리장 마을에 트럭을 몰고 들어갑니다.


늘 그렇듯 자동차 정비소에 점검을 맡긴 후, 그 옆에 위치한 홍련스낵에 들어섭니다.


작은 전병부터 간단한 국수 따위를 취급하는 홍련스낵 구석 자리에 익숙한 얼굴이 보입니다.


비밀 작전을 수행중이기에 늘 추레한 작업복을 입고 다니는 김 대좌입니다.





김 대좌는 인사도 없이 “계산은 너가 하라” 며 봉투 하나를 놓고 자리를 뜹니다.


말로는 “거 쩨하기는” 이라 투덜대지만 봉투 속에는 달러가 두툼하기에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홍련스낵 옆 지항 자동차 정비소 속에는 흉터 있는 중년 남성이 몰고 온 3톤 트럭과 똑같은 모델임은 물론,


짐 칸의 짐마저 완벽하게 똑같이 실은, 하지만 다른 트럭이 준비 되어 있습니다.


번호판을 바꿔 달아 줄때마다 무려 5,000위안을 받는 정비공들에게 위안 뭉치를 던져준 김 대좌는


흉터 있는 중년 남자가 몰고온 트럭에 올라타 좌석 아래 놓인 서류를 낑낑대며 꺼냅니다.






제2전연군단 군단장 권한 정지 명령서와 군단장의 자아 비판 사실을 확인한 김 대좌가


또 다시 9시간을 달려 둥광시에 위치한 한 작은 수산물 가공 업체에 도달합니다.


어눌한 한국어로 “사장님 직접 일 좀 그만 하시라” 는 중국인 직원에게


“다들 열심히 하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으면 되겠냐” 허허 웃어 보인 김 대좌,


아니 천 사장이 “잠깐 눈 붙이고 오겠다” 며 낡은 사무실 문을 걸어 잠굽니다.








국정원 평가분석단 합동 작전 센터에 설치된 암호화 통신 채널에 초록색 불이 켜집니다.


갑작스레 추가 임무 할당되어 피곤에 쩌들었던 평가분석단 소속 요원들의 얼굴에 생기가 돕니다.


오늘 오전에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동해안 회양군에 위치한 조선인민군 제1전연군단 지휘부를 시찰해


현재 공석인 군단장 대신 항공 및 반항공참모장을 체포 했다는 사실이 전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서부 내륙 평산군에 위치한 조선인민군 제2전연군단 군단장의 직무가 정지 되었으며

강도 높은 자아 비판까지 실시 되었다는 첩보까지 전파 되자 실무자들이 작게나마 환호성을 내지릅니다.






두 전연군단은 대한민국 국군의 맞UAV 작전을 인지, 탐지, 추적, 격추하지 못했으며


각종 포 / 미사일 진지, 군수 / 유지 시설, 전자전 시설 등에 대한 항공 정찰을 허용한 부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부대에서 전파된 징계성 인사 조치 첩보는 대한민국 국군의 맞UAV 작전이


북한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었다는 BH의 주장에 큰 힘을 실어줄 것입니다.






이 사실은 BH의 관심을 받고 있는만큼 국정원의 최상부에도 빠르게 전파됩니다.


회의에 참가한 인원 중 가장 낮은 직급의 평가분석단장[관련 첩보 공개] 를 주장합니다.


현재 국군의 맞UAV 대응이 주요 언론과 여론의 조롱거리로 소비되고 있는 지금,


북한군 또한 우리가 날려 보낸 무인기에 대한 대응에 완전히 실패해


군단장 및 고급 장교단이 징계성 인사 조치가 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를 알린다면


국민들 또한 우리의 대응 조치가 실효성 있었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국정원장은 “평가분석단장의 판단에 크게 동의한다” 며 회의를 종료하려 하자


BH의 직접 명령으로 국정원 고위 관계자 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과 미래전략기획관은 [관련 첩보 확대 공개] 안을 조심스레 꺼냅니다.


99%의 진실에 1%의 거짓, 아니 ‘확대 해석’ 을 첨가하여 더 큰 여론 반전을 노려보자는 이들은,


2명의 전연 군단장이 모든 상급 지휘관들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0시간 연속 야외 자아 비판을 했으며


체포 되어 처형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발표를 실시한다면 맞UAV 대응의 실효성은 물론,


김정은의 잔혹성과 북한 체제의 열등함을 더욱 강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BH 파견 인원들의 뜻 밖의 제안에 용기를 얻은


국정원 역량조사단 단장은 다시 한번 [관련 첩보 미공개] 를 제안합니다.


이 수준의 내부 정보를 공개적으로 다룬다면 수 년간 공 들인 국정원 자산이 노출될 것은 분명하며


이는 추후 당 / 군 / 정의 고위층으로 성장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고급 HUMINT 자산이 조기 상실되는,


즉,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 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따라서 공보 효과를 희생하더라도 더 장기적으로 다방면의 이득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양한 영향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국정원 고위 정책 결정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최신 국민 안보 불안 관련 여론 조사 결과가 회의실에 제출됩니다.


국민 안보 불안

극도 / 위험 / 경고 / 주의 / 완화 / 해소 (-)



라운드 0-1

  • 1. 평가분석단의 [관련 첩보 공개]

  • 2. 수석비서관의 [관련 첩보 확대 공개]

  • 3. 역량조사단의 [관련 첩보 미공개]


7 Comments


Guest
Jan 0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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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boongyee
Deeboongyee
Jan 0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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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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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rd
Jan 07, 202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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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Jan 07, 2023

2번 투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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